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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 35년
‘안전한 핵은 없다’를 보여 주는 드라마 <체르노빌>

이재혁

 

빌 게이츠는 최근 자신의 신간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핵에너지를 적극 옹호했습니다. 빌 게이츠 자신이 핵발전 기업의 창립자라서 그러는 것인지는 몰라도,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사고를 생각하면 그의 주장은 헛소리입니다. 드라마〈체르노빌〉은 핵발전이 대안이 될 수 없고 대안이 돼선 안 되는 이유를 끔찍하게 보여 줍니다.

〈체르노빌〉은 1986년 당시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벌어진 폭발 사고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수많은 평범한 주민들이 색깔도 냄새도 없는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영문도 모른 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갑니다. 사고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병사,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사성 물질에 피폭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리기 때문에 잔인한 것을 보기 힘들어 한다면 주의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관료들은 사고 전부터 처리 과정까지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고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바쁩니다. 노동자들은 폭발 위험을 경고했지만, 관료들은 이를 무시하고 제대로 된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많은 주민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가만히 있다가 방사성 물질을 뒤집어 쓰게 됩니다. 게다가 관료들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양심 있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거듭 무시해 재앙을 더 키웁니다. 오히려 사고의 원인을 찾는 과학자들을 KGB(한국의 국정원이나 미국의 CIA와 같은 소련의 정보기관) 요원을 붙여 감시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개가 낯설지 않습니다.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해 온갖 참사와 참변을 낳고는,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감추는 데 급급한 기업주와 정부,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는 무고한 사람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자본주의 선진국들, 세월호 참사 때 한국,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 일본에서도 이런 일들이 반복됐습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기시감이 드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곳곳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와 동상이 있고, 사람들은 서로를 ‘동무’라고 부르고, 공산당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국가 관료들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의 주류적 상식이 그리는 ‘사회주의’ 사회의 모습과 어울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다룬 체르노빌 핵폭발과 이후 전개 과정은 스탈린주의 러시아가 사회의 다수인 노동계급의 필요에 따라 사회를 운영하고 통제하는 사회주의 사회[1]가 전혀 아님을 보여 줍니다. 핵발전은 안전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애당초 핵발전은 미국 같은 강대국들이 핵무기에 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습니다. 소련 지배자들도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에서의 우위를 위해 이토록 위험한 핵발전을 고집했던 것입니다.

〈체르노빌〉은 이런 말과 함께 끝납니다.

“체르노빌의 희생자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추정되는 사망자 수는 4000~9만 3000명이다. 소련의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1987년부터 그대로다. 31명.”

체르노빌 사고는 핵발전의 위험을 가장 비극적으로 입증한 재앙이었습니다. 그리고 스탈린주의 러시아가 자본주의 국가들과 꼭 마찬가지로 야만적 체제였음을 보여 줬습니다.

이 비극이 있은 지 35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핵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왜 핵발전이 기후 위기의 대안이기는커녕 당장에 중단돼야 할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드라마 <체르노빌>을 통해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체르노빌〉은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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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0년: 안전하고 평화적인 핵 에너지는 없다

 

[1]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서평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길잡이’ 또는 ‘[처음 만나는 고전] 《공산당 선언》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입문서’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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