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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법 통과
여성 청년에게도 생리대 지원하라

이현주

3월 24일 국회에서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016년에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 한 여성 청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생리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생리 빈곤’이란 생리용품 구입조차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후 정부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지원해 왔는데, 이번에 지원 대상을 여성 청소년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생리는 여성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인데도 생리를 하면 돈이 많이 드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다(2017년 한국소비자원 기준 개당 331원). 1년으로 치면 10~14만 원의 비용이 든다(생리 기간 5일, 하루 5~7개 생리대 사용 기준).

한국 정부는 2004년에 생리대를 생활필수품으로 보고 부가가치세 10퍼센트를 폐지했지만, 여성들의 부담은 전혀 줄지 않았다. 2010년부터 7년 동안 국내 생리대 가격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26퍼센트)였다.

심지어 2018년 ‘독성 생리대’ 파문 이후 생리용품 판매 기업들이 ‘유기농,’ ‘프리미엄’ 생리대를 내놓으면서 생리대 값은 더 비싸졌다.

부유하거나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여성들에게 이 정도 비용은 문제가 안 되겠지만,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가난한 일부 여성들은 생리대 대신 휴지나 헌 옷, 양말, 심지어 신문지 등을 사용해야만 했다.

무기 구입에 수조 원을 쏟아붓는 나라에서 여성들이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다니 정말이지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난한 여성들은 그저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런 모욕을 당하는 것이다.

생리 빈곤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여성 5명 중 1명이 생리용품을 구입할 여유가 없어서 헌 옷 같은 다른 ‘대안’에 의지해야만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에서조차 대도시에 사는 저소득층 여성 3분의 2가 생리용품을 살 형편이 안 돼 종이 등 ‘위생적이지 않은 대안’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제한적

‘깔창 생리대’ 사건이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정부는 2018년부터 생리대 지원에 나섰지만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었다. 지원 대상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으로 한정됐고, 지원액도 매월 1만 500원에 그쳐 생리양이 많거나 생리 기간이 긴 여성들에게는 빠듯한 금액이었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조처는 여성 청소년 전체로 대상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한정적이다.

청년 여성의 조건을 고려해 보면, 특히 코로나19로 청년들의 처지가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청년 여성에게도 지원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만성적 위기 속에서 실업으로 고통받아 왔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에 따라 소득이 감소하고 부채는 늘었다.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청년층의 대출 금액과 연체율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만 서른 살도 안 된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012년 기준 1283만 원에서 2017년에는 2393만 원으로까지 큰 폭으로 늘어 왔는데(국가인권위원회), 코로나로 문제가 더 악화하고 있다.

더구나 청년 여성은 남성보다 비정규직 비율도 더 높고, 일자리를 구할 때도 차별받아서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곤 한다.

따라서 청소년뿐 아니라 청년 여성에게도 생리용품을 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 필요 시 언제든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일부 나라에서는 청소년 이상 연령대의 여성에게까지 생리용품 무상 지급을 결정했다. 가령 프랑스 정부는 지난 2월 모든 대학에서 생리대를 무료로 공급하기로 했다. 프랑스의 일부 지역에서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최근 이를 확대한 것이다.

프랑스에 앞서 지난해 말 스코틀랜드에서는 청소년에게 무상 제공하던 것을 모든 여성에게로 확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조처는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존엄하게 생리할 권리’를 위해 수년간 기층 활동가들이 캠페인을 벌여 온 결과였다.

이런 지원에 필요한 돈은 정부가 기업주 지원과 군사비에 쏟아붓는 돈에 견주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수준이다. 많은 문제가 그러하듯이 문제는 정부의 우선순위다.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 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ws.or.kr/article/2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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