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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서울시립대]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 계획 철회하라
학생들에게 책임 전가 말고 서울시가 지원 확대하라

학교 당국이 외국인 학생 등록금을 인상하려 한다. 외국인 학생 입학공고에는‘등록금은 2020년 2학기부터 매년 점진적 인상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1월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도 이런 계획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 등록금은 등록금 법정인상한도(2020년 1.96%)에 해당되지 않아 이미 고려대, 한국외대 등 사립대 일부가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 계획을 내놨다. 대학 당국들은 외국인 학생의 처지에서 내국인 학생보다 반발하기 어려울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시립대는 반값등록금 정책 덕에 타대학보다 학비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외국인 학생들은 내국인과 달리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등록금을 전액 부담한다. 한 외국인 학생은 ‘아주 부잣집 아이가 아니라면 공부만 하며 학교를 다니지는 않는다’며 기숙사비나 월세, 생활비에 등록금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게다가 학교 당국이 외국인 학생들의 조건을 고려해 주지 않아 학교 생활도 쉽지 않고, 시험 기간에는 밤을 새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한다. 내국인 학생과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외국인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등록금 인상은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더군다나 등심위 회의록에 보면 학교 측은‘등록금을 계속 동결하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라며 내국인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학생들 쪽에서도…인상에 대한 반대의견은 많지 않다’며 인상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학교 당국은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을 발판으로 추후 내국인 학생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듯하다.
이는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과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다. 우리대학 반값등록금은 2011년 경제위기 고통전가와 살인적 등록금에 항의한 운동이 이뤄낸 성과다. 그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값등록금을 공약하고서 당선했다. 당시 시립대의 한 학우가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많은 이들이 반값등록금의 필요성을 절감하기도 했다.
반값등록금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은 꽤나 줄어들었다. 시행 직후 한국장학재단 등록금 대출자가 절반으로 줄었다. 2017년 학교에서 실시한 ‘대학생활만족도 조사’에서도 학생들은 만족스러운 점 2위로 등록금을 꼽았다.

등록금 인상이 교육의 질 향상 보장하나?
학교 당국은 학생수 감소로 세입이 줄어들었다며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그뿐 아니라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열악한 교육 여건에 느끼는 정당한 불만을 등록금 인상 근거로 이용하려 한다. “조금씩 [내국인] 등록금을 인상하고 학생들에게 현재보다 더 나은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됨.”(등심위 회의록)
학생 수 감소에 책임이 없고, 오히려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왜 등록금을 더 내야 하는가?
진정한 문제의 원인은 서울시 재정 지원에 있다. 지난해 시 지원금은 전년대비 47억 원이나 줄었다. 학교 당국은 애먼 학생들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서울시에 예산 증액을 요구해 전임교원 충원, 기숙사 수용인원 증가 등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이 교육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지난 10년간 동결하고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2019년 OECD 국가 중 사립대 등록금 4위, 국공립대 8위), 교원1인당 학생수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2014년 기준). 2000년부터 10년간 등록금이 68%나 오르는 동안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는 겨우 2.5명 줄었을 뿐이다. 실습비나 도서구입비도 등록금 인상에 비해 턱없이 적게 올랐거나 일부 대학에서는 줄기도 했다.
등록금을 올려 교육여건을 향상시키겠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교육 논리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2018년 한국 고등교육의 정부 투자 비율은 36%에 그쳐 OECD 평균(66%)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교육은 사회의 노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고, 그 혜택은 사회 전반에 돌아간다. 따라서 대학교육 비용은 개인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의 ‘수익자’인 사회가 책임져야 마땅하다.
그뿐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도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으며, 졸업 후 한국에서 일하며 기여하는 시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반값등록금 혜택을 외국인 학생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민인 학생들이 타 지역 국공립대를 다니며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서울시의 대학 지원 혜택을 서울시민이 아닌 학생들도 받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적자, 수익자 부담을 이유로 한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을 수용한다면 똑같은 논리가 내국인 학생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학교 당국의 책임 떠넘기기에 맞서 학생들이 단결해 저항하는 것이 이후 더 큰 교육여건 후퇴를 대비해 중요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상등록금을 주장하며 이것이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지적했었고, 최근에는 ‘복지는 공짜나 낭비가 아니’라며 복지 확대를 강조했다. 이 말이 공문구가 아니려면 시립대 등록금 인상 시도부터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반값등록금의 도입 취지를 살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나 대출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서울시와 학교 당국은 비용 부담 없는 양질의 대학 교육에 우선순위를 두고, 공립대로서 전국의 대학들에 모범이 되어 전체 대학 등록금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해야 한다.

2020년 2월 24일
노동자연대 서울시립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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