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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투쟁
노동강도 크게 높이는 인력 감축 철회하라

김태양

연세대학교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력 감축에 항의해 투쟁하고 있다.

그간 연세대 당국은 정년 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야금야금 청소·경비 인력을 감축해 왔다.

올해 연세대에서는 청소 노동자 10명, 경비 노동자 13명을 포함해 26명의 정년 퇴직자가 생긴다. 하지만 학교 당국과 용역업체들은 청소 노동자 퇴직자 중 절반만 신규 채용하고, 경비 노동자들은 아예 충원하지 않겠다고 한다.

12월 31일 연세대학교 백양관 로비에서 총회를 열고 있는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함께했다 ⓒ임재경

충원해도 모자랄 판에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학생들이 오기 전에 일을 끝마치려고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한다. 새벽 네 시 반에 출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비용을 줄이려고 인력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결과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전보다 더 높아졌다. 노동자들이 “더는 [인력을] 줄일 곳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예컨대 다섯 명이 일하던 첨단과학관에서는 이제 세 명이 일하고 있다. 심지어 네 명이 일하던 GS칼텍스 산학협력관은 이제 한 명이 청소해야 한다.

매년 인력 감축에 시달리는 청소 노동자들은 추가 인력 감축으로 노동강도가 크게 높아질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무악학사(기숙사)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무악학사는 생활시설인 만큼 노동 강도가 높다. 고령의 청소 노동자들은 어깨나 무릎 수술을 받기도 한다. 최근 이곳에서 청소 용역 회사가 바뀌면서 청소 노동자 빈 자리가 하나 생겼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이 자리를 안 채우고 있다.

경비 노동자들을 충원하지 않겠다는 것도 큰 문제다. 학교 당국은 퇴직자들이 근무하던 초소와 건물을 폐쇄하거나 24시간 무인화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CCTV 등을 통한 무인 시스템은 사후 대처만 가능할 뿐이다. 실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것은 경비 노동자들이다. 사전 예방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무인화를 도입하겠다는 건물들(연희관, 외솔관, 신학관, 교육과학관)은 시험과 수업이 많아 유동인구도 많다. 따라서 경비 인력 감축은 학생들의 안전도 위협한다.

한편, 시간제 청소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용역업체 코비 문제도 남아 있다.

코비는 경영관, IBS관, 백양로 지하, 제4공학관의 청소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로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고 괴롭혔다.

지난해 여름 코비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사측은 악랄하게 탄압했다. 이에 코비 노동자들은 “악덕 용역업체 코비 퇴출”을 요구하며 항의 행동을 벌였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코비를 내보내면서 노동자들까지 해고하려 했다. 2020년 1월 1일부터 “[코비 노동자들의] 고용을 학교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며 고용승계를 나 몰라라 했다.

코비 노동자들은 해고돼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코비 노동자 전원은 그들의 바람처럼 전일제 일자리 전환돼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실을 청소하고 있는 코비 청소 노동자 ⓒ임재경

항의

12월 31일 노동자들은 연세대학교 백양관 로비에서 총회를 열고 학교 당국의 인력 감축과 해고 시도를 규탄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 소속 학생 10여 명도 참가해했다.

그런데 총회 직전 학교 당국은 비열하게도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코비 노동자들만 불러서 면담했다. 조합원들과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 한 것이다.

총회를 마치고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총무처를 찾아가 항의했다. 학교 당국이 무시로 일관하자 노동자들은 총무처 농성에 돌입했다.

결국 학교 당국은 코비와의 계약을 일단 3개월 연장하고, 그 기간 노동자들을 해고하진 않겠다고 잠시 물러섰다. 하지만 3개월 뒤에 또 고용불안이 반복될 수 있는데다 여전히 학교 당국은 퇴직자 자리를 “다 채워 줄 순 없다”며 인력 감축도 밀어붙이려 한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정년 퇴직자 수만큼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연세대는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

최근 학교 당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생들의 근로 장학금 시간을 주 4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비용 절감이라는 논리가 노동자·학생 모두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세대학교는 5900억 원 넘는 적립금을 곳간에 쌓아 두고 있다. 문제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학생·노동자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과 노동자의 문제는 서로 맞닿아 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학교 당국은 즉각 인력 감축과 해고 위협을 철회하라.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 311호에도 실렸습니다. ☞ https://ws.or.kr/article/23172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의 현수막이 학내에 걸려 있다 ⓒ임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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