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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노동자연대 성명]
여야, 노동개악 법안 처리 합의 ㅡ 민주노총은 실질적 총파업에 즉각 나서야 한다

집권 민주당과 한국당 등이 오는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개악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다른 쟁점들에서는 서로 물어뜯고 싸우지만, 노동자 공격에는 한통속임을 다시금 보여 줬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통과시키려는 법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노동관계법 개정 등 개악 3종세트다. 각각 주 52시간 상한제 무용지물로 만들기, 최저임금 인상 억제하기, ILO협약 비준 핑계로 되레 단결과 쟁의 제약하기가 핵심 내용이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시간, 임금, 단결·행동권을 공격하는 것이다.

노동개악 처리에 박차를 가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는 몇 주 전부터 성마르게 노동개악을 재촉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면서 10월 4일(경제단체장 오찬간담회), 8일(국무회의), 17일(경제장관회의) 세 차례나 탄력근로제 개악 입법을 촉구했다. 심지어 입법이 안 되면 주 52시간제를 ‘보완할’(즉, 무용지물로 만들) 행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10월 17일(한국 시각)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에 부담이 갈 정책”이라며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ILO기본협약 비준에 대해서도 “기업의 흡수능력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운동 잡아 두기 노력

집권 이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 탈출을 위해 기업인들(특히 재벌총수들)의 지지를 얻으려 애쓰고 있다. 지난 10월 10일과 15일 각각 삼성(디스플레이 공장)과 현대차(남양연구소)를 찾아 적극 지원을 약속한 것도 그런 행보다. 정부는 2020년 예산도 기업 투자 지원에 역점을 두어 편성했다. 또, 이번 국회에서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등 각종 규제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이 기업주 친화성을 인증하려 할수록 한국 자본가 계급의 제1선호 정당인 한국당의 기를 더욱 살려 줄 것이다. 상대방의 주특기 종목을 선택해 대결을 하는 셈이거니와, 버터 맛 나는 마가린보다는 버터를 더 좋아하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기업주들의 신임을 확실히 얻으려면 노동계의 저항을 무마하는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경사노위(사회적 대화 기구)에 그런 구실을 기대했지만,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반발로 그러지 못했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개악에 반대하는 계층별 위원(여성·비정규직·청년)들을 해임하고 정부 입맛에 맞게 교체하고서야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의결할 수 있었다.

이 치졸한 과정은 경사노위가 노동개악을 위한 ‘답정너’ 기구이고,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이 옳았음을 확인시켜 줬다.

그러나 문재인은 한일 갈등과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노동계 대표 조직들을 붙잡아 둘 수 있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극화와 진영논리가 강화되자 노동운동 내에 민주당 차악론이 확산된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 동안 패스트트랙(검찰개혁과 선거법) 문제를 이용해 또다시 노동운동을 붙잡아 두고 정부와의 정면 충돌을 자제시키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노동운동의 대응에 달려 있다.

요행을 바라며 투쟁을 미뤄서는 안 된다

노동개악 법안 처리가 여드레 뒤로 예고된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는 실질적 총파업 명령을 즉각 내려야 한다. 지난 9월 23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노동개악안 국회 상임위 의결 시도 시, 민주노총 전 조합원은 무기한 파업을 전개(한다)”고 결정했다.

세계적인 장기 경제 침체 때문에 노동개악에 대한 한국 지배계급의 의지는 굳건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그것을 누가 더 잘하는지 다툴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회의 직전 하루 파업이나 국회 앞 집회 정도로는 노동개악을 막을 수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회 논의가 지연되는 요행을 바라면서 투쟁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한국당 등은 이번 주부터 민생입법회의를 열어 개악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면 상임위(환경노동위) 의결과 본회의 통과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노동개악안 국회 상임위 의결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동개악에 대한 현장(일반 조합원들)의 관심과 이해가 낮다”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노동시간과 임금, 단결·파업 권리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장 핑계를 대기보다) 한일 갈등과 조국 사태 국면에서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투쟁하지 않은 결과, 다수 조합원들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계를 무디게 만들고 전열을 이완시킨 점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와 단절하고 노동개악에 단호하게 맞서는 총파업을 소명한다면, 현장 조합원들은 그에 호응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박근혜를 퇴진시킨 그 자신감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 집권 민주당은 이전 우파 정권들이 관철시키지 못한 노동개악을 완수하는 구실을 했다. 김영삼이 실패한 노동개악을 실행한 게 김대중·노무현 정부였다. 이제 박근혜가 실패한 노동개악을 문재인 정부가 완수하도록 놔둘 것인가?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실질적 총파업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2019년 10월 22일

노동자연대(김하영 조직노동자운동팀장 대표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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