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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학생들이 성소수자 혐오 강연 개최에 항의하다

 [<노동자 연대> 온라인 기사 링크 : http://wspaper.org/article/17194 ]
오수민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 회원)

5월 2일 부산대학교 교정에 한 강연회 광고가 도배됐다.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길원평 교수가 5월 12일 부산대학교 10.16기념관에서 “청년층의 에이즈 감염 급증과 동성애의 밀접한 연관성”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는 광고였다. 이 광고 대자보에는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요 감염 경로”이고, “영국, 미국처럼 동성애를 합법화하면, 에이즈 감염자가 10~20배 증가하여 의료보험료와 세금이 증가한다”, “동성애자는 불행하다”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이 사회에서 그 존재를 부정당하고 억압받는 처지이다. 그런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대놓고 선동하는 강연이 대학에서 열린다는 것을 보고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길 교수의 강연회 소식에 학내에 많은 구성원들이 항의를 시작했다. 학내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인 ‘Queer In PNU(이하 QIP)’ 회원들은 학교 본부의 대관에 항의하는 전화를 넣었고, 그러자 본부는 결국 이틀 만에 10.16기념관의 대관을 취소했다. 이 강연이 열리기로 한 날인 12일, 제1법학관에서는 QIP와 법학대학원 공익인권법학회,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 등이 주최하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 초청 강연인 ‘혐오와 폭력의 시대 –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과 인권’이 열린다.

하지만 길 교수는 주최 단체를 바꾸고, 학내에 다른 장소를 대관해 같은 강연을 강행하려고 한다.

이에 QIP와 부산대 총학생회는 대학본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길 교수의 강연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요구하고 있고, 학내에는 길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고 강연을 규탄하는 대자보들이 속속들이 붙고 있다. 만약 길 교수의 강연이 강행된다면, QIP와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법학대학원 공익인권법학회,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 등은 강연장 앞에서 길 교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팻말 시위를 할 계획이다.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길원평 교수의 강연 강행은 중단돼야 한다. 부산대학교 본부는 길원평 교수의 강연회 대관을 취소해야 한다. 혐오를 조장하는 강연이 학문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로 옹호돼선 안 된다. QIP는 앞으로도 “강연이 강행되더라도 그 이후에도 성소수자 혐오가 멈출 때까지 단체들과 연대해 대응하겠다” 하고 밝혔다.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함께 싸우자.

다음은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이 부착한 대자보 문안이다.

길원평 교수는 학술의 탈을 쓴 성소수자 혐오 조장 중단하라

성소수자 혐오 강연 개최 반대한다

오는 12일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길원평 교수가 ‘청년층의 에이즈 감염 급증과 동성애의 밀접한 관련성’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길 교수는 작년 10월, 학내에 ‘동성애의 문제점’이라는 대자보를 붙여 동성애는 비정상적이라는 주장을 해 온 사람이다. 또한, 길 교수가 활동하는 ‘바른성문화를위한전국연합’은 일간지에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차별적 광고를 실었던 바로 그 단체이기도 하다.

HIV 감염은 동성애 때문인가?

길 교수의 “에이즈 감염과 남성 동성애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다. HIV 감염(에이즈는 HIV 바이러스 감염의 한 증상인 후천성 면역결핍증을 말한다. 그리하여 HIV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구분된다)은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이 아니다. 2011 HIV/AIDS 신고현황(《한국사회 동성애자와 HIV감염인의 삶의 질》, 신승배 삼육대 에이즈예방연구소 연구교수)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1년 까지 HIV 감염인 8542명 중 48.9%는 이성 간 접촉, 32%는 동성 간 성 접촉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길 교수가 참고한 질병관리본부 또한 산하기관인 에이즈 감염교육센터 Q&A란에서 “에이즈는 성 행태와 관계없이 감염인과의 성관계를 통해 감염됩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내 HIV 감염인 중 남성 동성애자의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HIV 감염의 원인이 동성애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HIV 감염은 성적 지향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안전한 성행위 여부에 달려 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채 감염인과 성관계를 맺을 때 누구나 성 매개 질환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왜 성소수자는 억압받는가?

길 교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비정상’이라 간주하고 억압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 기간 동안 동성애는 ‘비정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리스 시대에는 성인 남성들이 소년들에게 품는 성적 욕망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심지어 뉴기니의 부족은 동성애가 성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나 특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즉, 성적 지향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은 사회적으로 달라져 왔다.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서 성소수자에 대한 체계적 억압이 시작되었다. 왜 그랬을까? 이 체제에서 가족은 미래의 노동자를 키우는 것(육아)과 노동력을 재충전하는 것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지배자들은 이러한 역할을 개별 가정에 떠넘김으로써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절감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족은 안정적인 자본 축적에서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정상 가족’ 유지에 도움이 안 되는 성소수자들을 체계적으로 억압해온 것이다.

학교는 성소수자 혐오 조장 강연 대관을 취소하라

이성애만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단지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이 사회가 진정으로 ‘비정상적’이다.

이미 학교는 지난 주 항의에 부딪혀 10.16 기념관 대관을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길 교수는 다시 다른 곳에 대관을 하여 기어이 강연회를 진행하려 한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사실을 왜곡하여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길원평 교수의 강연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강연은 학문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로 결코 옹호될 수 없다. 학교 본부는 길원평 교수의 강연회 대관을 취소하라.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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