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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적인데 국가에 요구한다고?

양효영 (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노동자 연대> 온라인 기사 링크 : http://wspaper.org/article/16382]

얼마 전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주최한 청년실업 주제의 포럼에서 한 학생이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국가가 악이라면서도 국가에게 국가부문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5월경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도 국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노동자연대는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국가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을 기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떤 학생은 “경찰, 검찰, 법원이 모두 자본가 계급 편이라면서 그들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위의 두 질문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제기됐다. 전자는 국가에게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제기됐고, 후자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국가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국가의 강제력을 이용해 진상규명을 하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후자의 물음엔 국가와 자본의 차이에 대한 쟁점이 내포돼 있다. 자본과 국가가 한 편이라면 국가가 진실을 밝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자본가 계급의 지배를 위해 행정력과 ‘공권력’을 휘두르는 보루이긴 하지만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외양을 띈다는 점은 전술적으로 중요하다. 국민의 절대 다수인 노동계급의 요구를 국가가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국가는 아래로부터 압력에 조금 더 민감한 측면이 있다.

또한 국가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강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기구다. 이는 주되게 노동계급을 향해 사용되지만 때때로 투쟁이 강력하면 일부 자본가 계급을 향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검찰, 경찰 등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사코 노력하겠지만, 어느 정도 양보를 통해서라도 안정적으로 지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래서 노동계급이 국가의 통치 정당성을 문제제기하며 거세게 투쟁한다면, 국가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 안는 시늉이라도 하거나, 때론 울며 겨자 먹기로 지배계급에게도 강제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1995년 전두환 · 노태우 재판이 한 예다.

국가권력

반면, 전자의 경우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체계적 혹은 연성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자율주의의 핵심적인 주장을 공유하고 있다. 국가권력을 장악하거나 국가에 요구하는 투쟁은 운동이 국가에 독립적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국가가 노동계급의 편이 아니라고 본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국가에 요구하는 것이 꼭 국가의 물질적 · 이데올로기적 지배를 강화하는 것과 연결되진 않는다.

개혁주의자들은 국가 관료나 의회, 지방 정부에 로비하는데 힘을 쏟으며 국가의 일부와 동맹을 맺어 개혁을 쟁취하려 한다. 이런 방법은 국가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다. 그럼으로써 노동계급이 국가에 맞서 독립적으로 투쟁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나 국가를 ‘이용’하는 것에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종속시키지 않고, 독립적으로 투쟁을 건설한다면 운동이 국가의 지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개혁을 쟁취하기 위해선 노동계급이 국가로부터 얼마나 정치적으로 독립적인지가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현실에서 국가는 개혁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국가의 문제를 회피하면서 투쟁할 순 없다.

위와 같은 국가의 특징에 비춰봤을 때, 경제 위기 시기에 국가부문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것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우선 국가가 국민의 일부인 청년 실업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를 하며 국가가 표방하는 이데올로기를 명분삼아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자본의 이익만 뒷받침해 준 국가에게 책임을 분명하게 물음으로써 노동계급과 청년 실업자들이 광범하게 단결할 수 있다.

앞서 질문한 학생은 국가부문에 고용된 노동자가 많아지는 것을 국가 영향력 증대와 동일시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국가 관료들이 국가 기구를 통해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을 방해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노동자들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국가부문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이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작동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 의료, 철도 등이 마비된다면 민간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가부문 노동자들도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데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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