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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친다
물가 인상 못 살겠다, 생활임금 보장하라!

김지은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회원
지난 19일 홍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지은

서울 13개 대학의 청소·경비·주차·시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울지부) 소속이다. 지난 4월 6일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매주 대학들을 순환하며 집중 집회를 열고, 각 대학별로 선전전을 진행해 왔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경비 440원, 청소 400원 시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만큼이라도 올려 달라는 것인데, 대학 당국들은 이마저 외면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 당국은 여전히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대학 당국들의 이런 태도에 맞서 서울지부 노동자들은 지난주부터 투쟁 수위를 높였다. 일부 대학에서는 본관에 진입해 학교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홍익대 노동자들은 지난 5월 16일부터 오전, 오후 1시간씩 본관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고려대 노동자들은 지난 18일부터 그동안 해오던 중식집회에 더해 출근길 홍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화여대 노동자들도 지난 18일부터 본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이화여대에 미국 대사가 방문한 시점에 맞춰 총장 본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학 당국들이 임금 인상 요구를 계속 외면하면 투쟁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고려대 노동자들이 중식 집회를 열고 있다 ⓒ오수진
20일 이화여대 노동자들이 총장 공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각 총장은 미국 대사를 만나고 있었다 ⓒ남석우

최근 물가가 심상치 않게 급등하고 있다. 지난 4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5퍼센트 올랐다. 최근 계속해서 물가가 상승해 온 것을 감안하면, 고작 5퍼센트인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인상이 되더라도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인상이 절실하다.

대학 당국들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안 일을 적게 하지 않았나’, ‘코로나19로 재정이 어려워졌다’ 등의 이유를 대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이다. 청소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나오지 않는 기간에도 방역을 위해 수시로 소독하는 등 결코 일을 적게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19일 홍익대 본관 로비 집회에서 박옥경 홍익대분회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 측은] 그동안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대면 수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하게 일했으니 임금 동결하겠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됩니다. 학생들이 시험 보러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럴 때 학생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쉬는 시간마다 강의실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소독했습니다.”

이 날 집회에서 홍익대 노동자들이 종이에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본관 로비 곳곳에 부착했는데, “물가 인상 못 살겠다 생활임금 보장하라”, “배고프다”, “나도 고프다” 등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문구가 많았다.

홍대 노동자들이 본관 로비 곳곳에 요구를 적은 종이를 부착했다 ⓒ김지은
이사장만 입이냐, 우리도 입이다 홍대 노동자들이 본관 로비 곳곳에 요구를 적은 종이를 부착했다 ⓒ김지은

대학 당국들에 돈이 없는 게 아니다. 2021년 기준으로 홍익대는 7135억 원, 이화여대는 6310억 원, 연세대는 5841억 원, 고려대는 2985억 원이나 적립금을 쌓아 두고 있다. 설사 일부 대학에서 재정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들 탓도 아닌데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노동자들은 정년퇴직으로 생기는 결원을 제대로 충원하라고도 요구한다. 최근 대학 당국들이 퇴직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오면서, 노동강도가 세졌다.

노동자들은 샤워실 설치도 요구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일하는데, 샤워실이 없는 곳이 많아 씻지도 못하고 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자들은 퇴근길에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누가 쳐다보는 건 아닌지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한편, 최근 한 연세대 재학생이 노동자들의 집회로 수업을 방해받았다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를 고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사안을 과장하며 노동자 투쟁을 위축시키려는 보수 언론들은 제쳐 놓더라도, 노동자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은 대학 당국들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간 교섭과 대화를 해도 대학 당국과 하청업체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조용히 요구하면 대학 당국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아 왔다. 오히려 학내 노동자들이 학교에 맞서 당차게 투쟁할 때 많은 노동자뿐 아니라 학생들도 자신감을 얻고 급진화했다.

이번 투쟁에서도 노동자들이 승리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or.kr/article/2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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