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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서울시립대 예산 100억 원 삭감
반값 등록금이 위협받고 있다

양선경  서울시립대 학생,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회원

 

12월 16일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립대 지원금을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보다 100억 원 삭감했다.

서울시의회 의장 김현기(국민의힘)는 서울시립대의 ‘방만한 운영’이 문제라며 “반값 등록금 정책[을] 중단”하고 자체수입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의미한다. 지난해 자체수입금 403억 원 중 327억 원(81퍼센트)이 학생들의 수업료였다.

등록금과 월세 등 생활비 마련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처지는 아랑곳 않는 것이다. 게다가 고물가 때문에 요즘 많은 학생들이 편의점 삼각 김밥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실정이다.

투쟁의 성과인 ‘반값 등록금’에 대한 공격은 팍팍한 대학생들의 처지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지금도 부족한 지원

김현기는 2012년에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한 이후로 10년간 서울시가 예산을 쏟아부은 것처럼 호도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반값 등록금 정책에 걸맞게 예산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아 왔다.

등록금이 준 만큼 더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정책 도입 초기에 학교 전체 예산이 줄었다(2011년 803억 원에서 2013~2015년 700억 원 대). 학교 예산 부족은 강의 통폐합, 강사와 조교 부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서울시 지원금이 주로 사용된 곳을 보면, 비전임교원 인건비, 학교 교육여건 개선(시설 확충, 강의실 및 실험실 여건 개선 등), 교육행정일반(도서관 운영, 기관운영관리) 등이다. 모두 학생들의 교육여건과 직결되는 부문이다.

지금도 매 학기마다 수강신청 대란이 일어나고 기숙사 수용률이 낮아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시 지원금을 줄이면 학생들의 교육조건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김현기가 서울시립대가 ‘자체수입 증대를 위한 자구 노력이 전무하다’고 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와 달리, 학교 당국은 어떻게든 등록금을 인상하려 애써 왔다.

학교 측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꾸준히 ‘인상 요인’을 거론하며 학부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학부생, 대학원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항하기 어렵다는 조건을 이용해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올렸다. 올해 외국인 학부 신입생 등록금은 무려 2배나 인상됐다!

이 밖에도 학교는 학생식당 가격 인상, 주차공간이나 연구공간에 대한 사용료 징수 등 수익사업을 확대해 왔다.

서울시 지원금 삭감은 이런 방향을 강화할 것이다.

김현기의 반값 등록금 공격 발언에 예산안 삭감까지 이어지자 학생들의 불만이 거세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가 이번 예산 삭감에 대응해 진행한 설문조사에도 이런 의견들이 쏟아졌다.

“반값 등록금은 누군가에겐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더 오랜 시간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받침이었다.”

“교육의 질이 하락한다면[김현기는 반값 등록금이 ‘교육 질 저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가는 게 옳다.”

총학생회는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받고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반대 목소리를 모으려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12월 23일 총학생회가 주도한 공동성명에서 ‘자체수익금을 올리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하고 주장한 것은 우려스럽다.

이런 논리로는 우파와 학교 당국의 등록금 인상 압박이나 수익성 강화 논리에 제대로 맞서기 어렵다. 대학 교육은 권리로서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마땅히 국가(지방정부 포함)가 책임져야 한다.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우파들은 곳곳에서 공공 서비스와 복지를 삭감하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서민 대중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서울시의회의 반값 등록금 예산 삭감도 이런 맥락에 있다. 이번에 서울시의 다른 복지 성격의 예산들도 대폭 삭감됐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원 예산은 서울시가 제출한 원안의 절반 이상 삭감됐고, 서울시교육청 예산도 5688억 원이나 삭감됐다.

서울시의회의 국민의힘뿐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 윤석열 정부 모두 이런 방향 속에 있다.

금리와 물가 인상,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하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시도에 맞서야 한다.

법적 규제가 있어서 등록금 못 올린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규제 때문에 등록금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라 등록금을 인상할 수는 있지만,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지원을 일부 받지 못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2019년 말 사립대 총장들은 등록금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실현되지 못했다.

올해 6월에도 교육부 차관이 등록금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 교육부는 대학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장 규제가 있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게다가 김현기는 이번 서울시립대 예산을 삭감한 취지가 “대외적으론 대학 스스로 재정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도록 한 시의회 차원의 실질적 처방”이라고 말했다(〈시정일보〉). 다른 대학들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노동자 연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or.kr/article/28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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