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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악화시키는 군비 경쟁

김태양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회원

기후 위기를 멈추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각국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주 등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은 이를 한사코 거부한다. 이 체제 자체에 화석연료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물론이고, 이 자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군대 역시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한국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한국 전체 공공부문의 배출량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한국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8만 톤으로 전국 공공기관 783곳에서 배출된 370만 톤을 훌쩍 뛰어넘었다.

실제 배출량은 훨씬 클 것이다. 국방부는 배출량 수치 외에 산정 범위나 방식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이고, 최근 폴란드·이집트·튀르키예 등에 막대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국방부는 매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방부 청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군사 시설과 차량은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여기서 제외된다. 한국 군대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아무 제약 없이 내뿜을 수 있는 이유다.

제국주의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군대는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는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파리협정은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를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정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회피할 길을 열어 줬다.

그 결과 강대국들의 군대는 아무런 제약 없이 엄청난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미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조직으로, 스웨덴·핀란드·뉴질랜드 등 140개 나라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인도나 일본 등 군사비 지출이 많은 여러 국가들은 아예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 통계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대부분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무기와 군 장비들 ⓒ출처 국방부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군사적 경쟁과 전쟁을 낳는다. 자본들 사이의 경쟁은 국가 간 경쟁으로 발전한다. 각국 지배자들은 자국과 긴밀한 자본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군사력 사용도 불사한다. 그래서 말로는 평화와 군축을 떠들어도 언제나 상대방을 핑계 삼으며 무기를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은 25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런 눈먼 경쟁은 평화는 물론, 기후 위기 해결도 가로막는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각국 정부들은 군비를 늘리고 있다. 독일은 특별방위기금으로 125조 원을 증액하고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2퍼센트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도 202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2퍼센트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한편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을 의식한 중국도 지난 27년 동안 군비를 꾸준히 늘려 지금은 미국 다음가는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에 일본과 호주도 중국을 견제하려고 군비 지출을 늘리면서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

이런 군비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늘릴 것이다.

화석연료를 둘러싼 경쟁이 군사적 경쟁을 더욱 부채질하기도 한다. 가령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오랫동안 키프로스 해역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둘러싸고 대립을 이어 왔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옥죄자 새로운 천연가스 공급원으로서 이 지역에 대한 통제권이 더욱 중요해졌다. 제국주의 경쟁과 기후 위기, 에너지 위기가 중첩되면서 불안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뿌리

강대국 간 군비 경쟁은 기후 위기 해결을 비롯해 인류에게 훨씬 유익한 곳에 쓰여야 할 자원과 기술이 인류 전체를 파괴할 수단을 경쟁적으로 축적하는 데 쓰이는 꼴이다. 군비 경쟁이 이어질수록 기후 위기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고 인류는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제국주의와 기후 위기는 모두 자본주의라는 같은 뿌리에서 비롯한다. 이윤 경쟁을 근본으로 하는 이 체제가 낳는 문제들은 서로 강화하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항구적 평화와 기후 위기 해결로 가는 길은 하나로 통한다. 문제의 근원인 자본주의 체제를 노동자 혁명으로 타도하고 세계적 수준의 민주적 계획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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